❓활동가와 노동자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는 청년들
특히 사회적경제분야에서 일하는 청년들은 활동가와 노동자 사이 정체성에서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청년들이 소속된 조직이 혼란함을 가중시키고 있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대부분의 조직이 노동자를 '비용'으로 바라보고 있었어요. 노동자와 함께 월급이나 추가수당, 복지를 함께 고민하며 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손익을 최대한 남기기기 위한 것에 더 집중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그렇지만,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땐 상황이 달랐어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헌신해 돕는 '활동가 스피릿'을 요구했습니다. 조직이 소진하지 못한 제품을 나누거나, 노동력 동원 등을 당연하게 권고했습니다.
때문에 활동가들은 모순된 상황을 만나면서 경제적 보상에 대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법적 권리를 지키지 못해도 조직의 입장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니는 "경영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를 비용으로 대하면서 아쉬울 땐 조직의 구성원으로써 우리도 어려움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습니다.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회적경제에 미치는 영향
열악한 노동환경은 사회적경제분야의 조직과 노동자에게 전문성이나 사업의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례로 A조직의 경우 4년 간 같은 사업을 진행했지만 퇴사로 인해 매번 사업 담당자가 변경 됐습니다. 때문에 업무역량이 연속적으로 전달되지 못했어요. 제각각인 사업 보고서의 양식을 비롯, 사업은 단순화 돼 1회차와 비슷한 포멧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전문성보다는 단순성과 반복성이 강조된 하향평준화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분야를 떠나는 청년은 많지만 유입의 수가 적습니다. 1-2년 내 결정권자를 뺀 실무자들의 70% 이상이 조직을 이탈하는 현상은 비일비재합니다. 일자리부족이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지만 사회적경제 분야로 청년의 유입이 적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청년들이 분야를 이탈하거나 조직을 떠나는 환경에서는 청년들이 '내 일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동기부여'를 하기 어렵습니다.
불안정한 고용환경 역시 좋지 못한 영향을 가져오고 있었습니다. 사회적경제조직의 대부분은 프로젝트가 사라지면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해집니다. 조직도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보단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조직이 노동자를 소모적으로 사용한다고 느꼈습니다. 담당하는 프로젝트에서 좋은 성과를 내거나 효율적인 방식을 만들더라도 계약기간 이후는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B조직의 경우, 사업의 연장이 확정됐지만 한 달의 공백이 발생했고 인건비 문제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퇴사 후 한달 뒤 복직을 제안해 노동자가 퇴사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들은 노동자가 조직과 사업에 애정을 가지고 일하기 보다 수동적이고 근시안적으로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게 만듭니다.
❓이런 환경임에도 왜 사회적경제에는 '노동조합'이 적을까요?
사회적경제에 크고 작은 조직들이 많지만 아직까지는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구례자연드림파크지회,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아름다운가게지회(벼리연대) 정도로 적습니다. 비영리분야에서도 첫 노동조합으로 알려진 참여연대를 비롯해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등이 노동조합이 있습니다. 사회적가치를 지양하고 있고, 더해 좋지 못한 노동환경임에도 왜 노동조합이 적을까요.
먼저 노동조합에 대한 낮은 인식과 사례부족입니다. '노동조합' 자체를 쉬쉬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알기 어렵고 비슷한 성격의 노동조합 사례나 성과를 찾아보기 힘든 환경도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부여된 권리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조직의 필수적인 기구라는 인식보다는 갈등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노동조합 조직을 시도했을 때 상급자가 따로 불러내 회유를 진행하는 경험을 하는 등 조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은 조직을 없애거나 갈등을 만드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조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거 아세요? 노동조합을 만들면 1년에 한 번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진행할 수 있어요. 물론 사회적경제조직의 특성상 월급을 인상하는 것이 어려울 수 도 있지만 다양한 노동환경에 대해 논의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은 노동자 개인이 느끼는 부담이 큰 것은 현실입니다. 그래서 사회적경제를 포함한 비영리분야의 산별노조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것도 방법 중 하나에요.
❓더 좋은 노동환경을 위해 조직과 노동자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더 좋은 노동환경을 위해 노동자가 직접적으로 해야할 것이 없어요. 이는 요즘 핫한 ESG와 관련된 가치평가 항목에서도 나타납니다. S(Social)는 인권과 노동을 주도적으로 살펴요. 노동자의 교육 및 훈련을 비롯해 은퇴 후 노동자의 삶을 위한 역량계발 교육 진행 등의 항목을 평가하고 있어요. 다만 ESG 평가는 사회적경제조직이나 비영리 조직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래도 사회적경제조직의 경쟁력을 위해서 다양한 사회가치평가를 살피고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담화에서는 급여인상 또는 비금전적제도에 대한 논의, 노동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 및 구체적 제도 설립, 노동자들의 업무스킬이나 네트워킹 역량을 길러주기 위한 지원금이나 제도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경제적으로 불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않고, 불만이 아니라 더 나은 방향으로의 의견개진을 조직적으로 받아들이는 체제가 생기고,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우리의 일을 더 잘하기 위한 방안들이 만들어진다면 좀 더 좋은 노동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또 한가지, 노동자에게 좋은 환경은 법이 바뀌거나 조직이 좋아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모든 건 노동자로부터 나옵니다. 노동자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내 권리가 무엇인지, 우리가 보장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바꾸어 나가야하는지 공부하고 배우고 말하고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만약 주변에 노동환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료가 있다면 힘을 모아주세요.